프롤로그

도스크볼의 겨울, 푸른코트의 어느 구석 부서에 우스운 이름 하나가 붙었다. 로스트 앤 파운드 — 유실물 보관소. 죄를 지은 셋이 벌을 받는 대신 남의 잃어버린 것을 찾아주게 된 곳이었다. 처음 맡은 일은 고양이 찾기였다. 그 고양이가 도시의 운명을 쥐고 있으리라고는, 그때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이것은 잃어버린 것들에 관한 이야기다. 잃어버린 고양이와 잃어버린 면허와 잃어버린 가족의 이야기이고, 병실에 십 년을 갇힌 채 잊혀진 여자가 도시에 제 이름을 새기려 한 이야기이며, 그 모든 유실물이 마지막에 제자리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도스크볼에서 다섯 번째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뢰한들이 걸어간 밤이다.
0화 “캐릭터메이킹”

도스크볼의 겨울은 유난히 축축했다. 골목마다 얼어붙은 웅덩이 위로 발자국이 겹겹이 찍히던 그 해 겨울, 이 도시의 법을 대신 짊어질 세 사람이 저마다의 죄값을 안고 한 자리에 모였다.
먼저 끌려온 것은 시저 슬레인, 다들 오프너라 불렀다. 차터홀의 작은 잡화점 겸 전당포에서 알바로 일하며 손재주 하나로 이 골목 저 골목의 잠긴 문을 열어주던 열일곱 소녀였다. 4년 전 행방불명된 아버지와 어머니 마가렛, 나이 차 많은 두 동생 로티드와 리버를 건사해야 했던 그는, 평생 이 작은 구멍가게에 매인 채로는 입에 풀칠도 겨우 할 뿐이라는 걸 일찌감치 깨우쳤다. 재미로 시작한 잠금쇠 따기가 좀도둑질로 번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웃 다프니 부인의 보석함에서 모조 보석 몇 개를 슬쩍한 것이 처음이었고, 술집 주인 비커드의 금고가 얼마나 단단한지 시험해보려던 두 번째 시도에서 에드윈 경감에게 덜미를 잡혔다. 손목에 수갑이 채워질 줄 알았던 그 자리에서, 오프너는 대신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그다음은 마리엘 웰커, 셰프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될 여자였다. 선배들이 쌓아온 의학의 체계를 낡은 속박이라 여기던 오만한 의사는, 근거도 선례도 없이 그저 될 것 같다는 직감 하나로 자신의 어깨에 자란 유령의 손을 환자의 수술에 끌어들였다. 결과는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끔찍하게 뒤틀린 몸이었고, 그 사건으로 면허를 잃은 마리엘은 뒷골목에서 불법 미용과 자질구레한 시술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언제나 승승장구하며 모두에게 사랑받는 쌍둥이 마누엘과는 달리, 자신만의 방식으로 스스로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싶어 하던 차에, 면허 박탈의 증거를 없애주겠다는 푸른코트의 제안이 날아들었다. 반성은 없었다. 다만 다시 손을 쓸 수 있는 기회였을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것은 밴조를 짊어진 여자, 사이렌이었다. 본명은 키샤, 고아라 성이 없었다. 어릴 적 노래가 시끄럽다며 내쫓기듯 팔려간 배 위에서 유령사의 힘을 처음 깨웠다. 침몰의 위기 속에서 선원들을 구하려 부른 노래가 신비로운 빛이 되었고, 그 대가로 한쪽 눈을 잃은 자리에는 정체 모를 마녀가 남긴 노란 의안이 대신 박혔다. 그 뒤로 정을 붙였던 이들은 하나둘 떠나갔고, 사이렌은 어디에도 오래 몸담지 않은 채 가벼이 노래를 팔며 떠돌았다. 그러다 어느 술집에서 잔뜩 취해 노래가 하고 싶다고 주절거리던 그를 눈여겨본 것이 한 푸른코트였다. 그 눈에 들어, 사이렌은 지금 이 자리로 오게 되었다.
사기 전과도, 의료 사고도, 좀도둑질도. 어울릴 구석이라곤 없는 셋이 도스크볼의 어느 구석에 모여 앉았다. 죄를 벌하는 대신 죄인에게 죄를 대신 갚을 기회를 주는 것이 이 도시의 방식이었고, 셋은 저마다의 이유로 그 방식을 받아들인 참이었다. 밴조를 든 방랑시인과 손끝의 오만을 버리지 못한 야매의사와, 무엇이든 여는 손재주를 가진 소녀. 아직 이름조차 정하지 못한 이 무리가 앞으로 도스크볼의 어둠 속에서 무엇을 짊어지게 될지는, 그 겨울밤 누구도 알지 못했다.
1화 “저흰 그저 고양이를 찾으러 온 사람들이에요”

에드윈 경감의 훈시는 삼십 분을 넘겨서도 끝날 기미가 없었다. 셰프와 사이렌, 오프너 셋은 방금 배지를 단 것치고는 이미 몸이 배배 꼬였고, 곁에서 지켜보던 프레데릭 휘틀러 — 다들 프론트라 불렀다 — 는 제발 가만히 있으라는 눈짓을 보냈다. 그 경고를 못 들은 척한 대가로 훈시는 한 시간 반이 더 늘어졌다. 인력 부족과 부패에 절망하지 않으려 애쓴다는 프론트의 마음가짐이 셋에게 온전히 전해질 리는 없었지만, 적어도 이날 도스크볼의 뒷골목에 발을 들이는 방식만큼은 확실히 각인되었다.
첫 건은 소박했다. 고양이 한 마리를 찾아달라는 의뢰인 키키의 부탁이었다. 잃어버린 고양이의 이름은 테오도르 알렉산더 슈타크로코비치, 몸집에 어울리지 않게 거창한 이름이었다. 셋은 그 이름을 외우는 데도 애를 먹으며 고양이가 마지막으로 목격됐다는 폐창고로 향했다. 잊혀지고 버려진 물건들이 고요히 그들을 맞이하는 그 안에서, 손에 잡히는 단서는 많지 않았다. 고양이가 살금살금 걸어간 흔적 하나뿐이었다. 대신 다른 사실 하나가 딸려 나왔다. 얼마 전 이 창고에서 그라인더파와 스트랭포드 공 사이에 은밀한 거래가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그라인더파가 6단계 조직 커버넌트의 비행선을 털어냈다는 소문이었다. 거래 도중 무언가를 물고 달아난 것이 다름 아닌 그 고양이라는 짐작이 뒤따랐다. 물건을 챙겨 도망친 것인지, 거래 상대에게 붙잡혀 간 것인지는 아직 아무도 몰랐다.
창고를 나선 셋 앞에 노숙인 하나가 불쑥 나타났다. 실랑이는 곧 몸싸움으로 번졌고, 쓰러뜨린 뒤에도 그는 한 번 더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달려들었다. 셰프가 뺨을 올려붙이고 입에 손수건을 쑤셔 넣은 다음 물을 부어 억지로 정신을 차리게 만들고서야, 그가 알고 있던 것을 실토했다. 그 실토를 따라간 곳은 머시룸 트릭이라는 이름의 포션 가게였다.
가게 안에서 셋을 맞은 얼굴들은 낯설지 않았다. 한때 앳된 얼굴로 익숙했던 베텔과 빠른손, 그리고 어느새 포션 가게 주인이 된 칩스와 브론이 그 안에 있었다. 몰라보게 자란 얼굴을 마주하고 잠깐의 어색한 반가움이 오간 뒤, 셋은 본론으로 들어갔다. 사이렌이 버섯칩을 흔들어 베텔의 시선을 붙잡는 동안, 셰프는 잠든 고양이에게 조용히 마취 주사를 놓았다. 사전에 입을 맞춘 적도 없는 셋의 손발이 그 순간만큼은 거짓말처럼 맞아떨어졌다. 고양이는 무사히 품에 안겨 가게를 빠져나왔다.
의뢰를 마쳤다는 안도감도 잠시였다. 셋이 품에 안고 나온 고양이는 몇 번을 불러도 자기 이름에 반응하지 않았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베텔과 빠른손이 기르던 고양이의 초상화는 색깔만 같을 뿐 테오도르 알렉산더 슈타크로코비치의 초상화와는 분명히 다른 얼굴이었다. 셋은 키키의 고양이가 아니라, 꼭 닮은 쌍둥이 고양이를 대신 훔쳐온 것이었다. 되찾아야 할 고양이는 여전히 어딘가에 있었고, 대신 돌려줘야 할 고양이가 하나 더 늘어난 채로 첫 임무는 그렇게 얼떨떨하게 막을 내렸다.
2화 “여기 오늘도 정상영업하나요?”

이른 아침,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에드윈 경감의 사자후가 쏟아졌다. 어제 훔쳐온 고양이를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겠다는 변명은 채 한마디도 끝맺지 못한 채 갈려나갔다. 대신 셋에게 떨어진 것은 서점 하나에서 벌어진 도난 사건이었다. 사고를 치고 다니는 애송이들에게 어울리는 잡무처럼 들렸지만, 오프너와 셰프, 사이렌은 그날 그것이 잡무로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아직 몰랐다.
밤의 속삭임이라는 이름의 서점에는 장부도 안 쓰고 가게에 무심하던 사장 아르젯이 평소답지 않게 점원보다 먼저 출근해 도난 현장을 발견해 있었다. 분노조절이 안 되는 듯 언성을 높이면서도 정작 묻는 말에는 대답 대신 샛길로 새기만 하는 태도가 수상쩍었다. 사이렌이 반가운 척 손을 잡자 대뜸 뺨이 날아왔고, 사이렌은 처연한 얼굴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셰프가 짜증을 억누르며 캐물어도 아르젯은 자꾸 말을 돌렸다. 그러던 중 서점 직원 니챠이가 슬쩍 다가와 용의자로 지목된 이안이 즐겨 읽던 책 한 권을 건넸다. “심연의 눈동자”라는 제목의 책을 흔들어보던 셰프가 앞표지 안쪽이 두껍다는 걸 알아챘고, 오프너가 칼끝으로 그것을 갈라 열었다. 안에서는 카드 한 장과, 별을 마구 긁어낸 듯한 표식이 나왔다. 봉투에서는 옅게 소독약 냄새가 났다.
표식과 냄새가 이끈 곳은 타워즈 병원 207호였다. 십 년째 입원 중이라는 환자 에스터는 병실 가득 책을 쌓아두고 지내는, 아름답고 조심스러운 여자였다. 소설의 결말을 물어도 스포일러가 될까 봐 망설이며 대답을 아꼈고, 빈 봉투를 들이밀자 “이 안에 있던 빨간 편지지는 어디 있지, 같은 말을 제가 하면..” 하고 작게 웃었다. 그 웃음 뒤로 얼마 전 이곳에 수상한 약을 팔러 왔다는 사내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가명은 벨라도나. 독초에서 따온 이름이었고, 정체는 오프너의 오랜 악연인 벨드렌이었다. 나쁜 사람이라며 꿍얼대는 것 말고는, 오프너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아르젯에게서 받아낸 주소를 들고 일행은 차홀로우 슬럼가로 향했다. 도스크볼에서 가장 가난하지만 서로 돕고 사는 동네라 했다. 낯선 이들을 향한 적개심 어린 눈초리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골목을 걷는 동안, 셰프는 부자들도 열심히 살아서 부자가 된 거라 잘라 말했고, 곧이어 열심히 남의 것을 빼앗으면서 말이야, 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안의 집에 도착해 단서를 뒤지던 중 램프검댕의 하부조직 램프라이트 조직원들이 들이닥쳤다. 겁에 질린 여자아이를 발로 걷어차려는 조직원 앞으로 셰프가 몸을 던져 대신 맞았고, 사이렌은 유령의 힘으로 나머지를 밀어냈다. 그때 이웃의 늙은이 마스턴이 재킷을 벗어 던지며 외쳤다. “자경단은.. 나야!” 평범한 노인의 얼굴 아래 감춰뒀던 억센 팔뚝이 조직원들을 하나씩 쓰러뜨렸다.
구해낸 여자아이 마리안은 이안을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다음 단서를 건넸다. 너희는 푸른코트가 아니지 않냐고, 푸른코트는 절대 이렇게 구해주지 않는다고 말하는 아이에게, 오프너는 나른한 얼굴로 웃으며 반짝이는 돌 하나를 주머니에서 꺼내 보여주었다. 오래전 의뢰의 보상으로 받았던, 소중히 지녀온 돌이었다. “그래도 저 언니들이 널 구해준 사실은 변함없잖아?” 그리고 자신도 푸른코트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나직이 덧붙였다.
단서를 따라 도착한 시너바 거리에서는 이안이 홀로 램프라이트 조직원들과 맞서다 피를 흘리고 있었다. 서둘러 달려갔지만 늦었다. 눈앞에서 숨이 끊어졌고, 죽음감시까마귀 떼가 몰려들어 시체 위로 울어댔다. 실없는 웃음이 이어지던 하루가 그 순간 단박에 뒤집혔다. 며칠 뒤, 사무실에 들른 프론트가 그간 알아낸 것들을 전했다. 밤의 속삭임은 실은 램프라이트의 자금을 감춰두는 창고였고, 이안은 그 돈을 훔쳐 슬럼가 사람들에게 흘려보내고 있었다. 얼마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누나의 장례까지 홀로 치른 그는, 타다 만 종이 한 장에 “이 세상의 모두가 누나를 잊는다고 해도”라는 문장을 남겨두고 있었다. 프론트는 그 말을 전하며 나직이 덧붙였다. “누구나 살고자 하는 욕망은 똑같지만.. 그걸 넘어서면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살기 시작하는 것 같아.”
베텔은 그제야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고양이는 여태 돌려주지 못한 채였다. 지난 며칠 그라인더파의 아지트를 조사했다던 베텔은, 별을 마구 긁어낸 듯한 그 표식을 다시 보게 되거든 반드시 자신에게 가져다 달라고 당부했다. 도스크볼의 누군가가 또다시 세레시의 계획 같은 것을 꾸미고 있다면, 이번에는 반드시 그 전에 막아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을 끝으로, 아직 이름조차 없던 세 사람의 조직은 그날 밤 로스트 앤 파운드라는 이름을 얻었다.
3화 “고장난 시계도 한 번은 맞으니까요.”

차홀로우 7서 소속 형사 프론트가 출근길에 마주친 것은 관할 밖의 시체였다. 레비아탄 정제소의 노동자 안드레아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고, 그 앞에는 피 묻은 칼을 든 사내 칼럼 브리스가 얼어붙은 채 서 있었다. 현행범을 눈앞에 두고 관할을 따질 겨를은 없었다. 10시 14분, 프론트는 칼럼을 체포했고, 사건은 그대로 로스트 앤 파운드의 책상 위에 떨어졌다.
칼럼은 살인자치고는 지나치게 얼떨떨했다. 신문 자리에서 그가 늘어놓은 말은 범행을 자백하는 자의 것이 아니라,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이제 막 이해하기 시작한 목격자의 것에 가까웠다. 몸서리치며 더듬거리는 진술에 이어, 감령관 트러블슈터가 현장에서 검시를 마치며 결과를 전하겠다 약속했고, 그 부검 소견은 얼마 지나지 않아 페이지의 손을 거쳐 도착했다. 정제소 직원과 사장의 위증, 그리고 헌터즈 쪽에서 들어온 증언까지 겹치자 앞뒤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현행범치고 칼럼의 몸은 지나치게 깨끗했다. 시간이야말로 이 사건에서 유일하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 증인이었다.
단서는 안드레아가 일하던 정제소로 이어졌다. 정제소는 부두가 아니라 콜릿지 같은 가난한 동네에 자리했다. 공해 때문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진 동료 토마스가 그 사정을 들려주었지만, 정작 안드레아의 신원을 캐물을수록 나온 것은 소장과 사장의 뻣뻣한 거짓말이었다. 안드레아가 무언가를 빼돌렸고, 그 일로 크게 다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장부 하나 제대로 쓰지 않던 자들이 유독 이 일에는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었다.
그 흔적을 좇던 중 서랍 하나에서 낯익은 문양이 나왔다. 흉터 진 별 모양, 그러나 자세히 보면 이전과는 미묘하게 다른 별이었다. 그 표식은 이미 두 번 이 도시를 스쳐 간 적이 있었다. 그라인더파가 커버넌트를 털던 밤에도, 이안이 램프라이트의 금고 앞에서 죽어가던 밤에도 같은 별이 있었다. 이번에는 정제소 소장과 사장의 손을 빌려 안드레아를 죽음으로 이끌었다. 매번 조금씩 다른 얼굴을 하고 나타나는 그 별의 뒤에 무엇이 있는지, 아직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안드레아의 유품 속에서는 부적 같은 목걸이와 낡은 전단지 한 장이 나왔다. 전단지의 주인은 영혼을 사고파는 가게 ‘데드 트레이드’의 플린트였다. 찾아가 물으니 돌아온 답은 뜻밖이었다. 안드레아는 죽기 얼마 전, 제 영혼을 팔 수 있느냐고 물으러 왔었다고 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잠깐 스쳤지만, 죽음감시까마귀와 감령관이 남긴 소견은 이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도서관 대출 기록에는 연애소설 한 권이 전부였고, 곁에는 친구도 가족도 없었다. 타지에서 홀로 버티던 삶의 무게가 그제야 드러났다. 그 이야기를 듣던 오프너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쏟았다. 고향에 두고 온 어머니와 동생들이 떠올랐던 탓이었다.
정제소 사무실에서 소장과 사장을 몰아붙이던 자리, 로즈만이 먼저 칼을 뽑아 들었다. 셰프는 몸을 날려 그 일격을 피했고, 오프너는 손수 만든 독 바람총으로 정확히 급소를 노렸다. 사이렌은 늘 아끼며 함부로 휘두른 적 없던 밴조를 그제야 무기로 삼았다. 소란이 가라앉았을 때 남은 것은 자백뿐이었다. 안드레아를 죽이고 칼럼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것은 다름 아닌 정제소 소장과 사장이었다.
사건이 마무리될 무렵, 일행은 타워즈 병원 207호의 에스터를 다시 찾았다. 정제소 서랍에서 나온 별 문양을 내밀자 에스터는 오래 품고 있던 것을 꺼내 보였다. 누가 준 것인지도 모른 채 어릴 때부터 곁에 두었던 동화책, 그 표지에 그려진 별이 서랍 속 그것과 닮아 있었다. 에스터는 이야기를 끝까지 들려주었다. 아이들에게 읽히기에는 지나치게 슬프고, 어딘가 이 도시의 앞날을 미리 일러주는 것 같은 이야기였다.
로드리게즈 경위와, 지난날의 사건으로 좌천되어 이곳까지 흘러온 세비스티앙 경감이 현장 언저리를 오갔다. 예쁜 여자에게 약하다는 말을 서슴없이 뱉는 로드리게즈와, 그런 그를 향해 태연히 윙크를 던지는 셰프 사이에서 사이렌은 냉랭하게 등을 돌렸다. 세 번째 사건을 거치며 로스트 앤 파운드는 이제 제법 손발이 맞는 팀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익숙함과 나란히, 도스크볼의 크고 작은 사건들이 결국 같은 자리로 수렴한다는 불길한 확신도 함께 자라고 있었다.
4화 “아아 역시 서비스직은 힘들다니깐.”

차홀로우에서 강도 사건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소식이 에드윈 경감을 통해 로스트 앤 파운드에 전해졌다. 크루는 곧장 몸을 숨기고 현장을 지키는 쪽을 택했다. 표적은 황금깃털 모자상점, 밀리너 수잔이 오랫동안 지켜온 가게였다. 원래 있던 직원들은 모두 내보내고, 카운터에는 오프너와 사이렌이, 포장대에는 프론트가 배치되었고, 모자를 만드는 자리에는 수잔만 남긴 채 셰프가 번갈아 카운터를 지켰다. 겉보기엔 평범한 개업이었지만, 안쪽에서는 손님 한 명 한 명의 표정과 손짓을 놓치지 않고 살피는 잠복이 이어지고 있었다.
허름한 행색의 노인 미카일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선 것은 그 며칠 사이였다. 손녀의 생일에 줄 모자를 헐값에 살 수 있겠느냐 묻는 그에게, 오프너는 수잔에게 가서 팔 정도는 아니어도 남는 모자가 있는지 물었고, 사이렌은 그 틈에 제 주머니를 털어 값을 대신 치렀다. 노인은 며칠 뒤 돈을 돌려주러 다시 찾아왔다. 그 사이 커버넌트 소속의 보모어 제독과 케인 소령이 들이닥쳐 카운터의 케이나를 아는 얼굴로 대하며 모자값을 장부에 달아놓고 사라졌다. 볼일이 끝나자마자 미련 없이 자리를 뜬 두 사람이었지만, 그 짧은 방문은 케이나라는 이름을 크루의 머릿속에 깊이 새겨놓기에 충분했다.
그런 평온도 오래가지 못했다. 셰프와 오프너가 카운터를 지키던 날, 수잔을 따라다니며 집착하던 진상 손님 하나가 밀리너를 불러오라며 매장을 뒤엎을 기세로 난동을 부렸다. 이목이 쏠리고 가게의 평판이 눈에 보이게 깎여나가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던 셰프와 사이렌은 손을 맞잡았다. 진상을 구석으로 유인해 뒷목을 후려쳐 기절시킨 뒤, 입에 재갈을 물리고 술을 들이부었다. 정신을 차린 손님은 자신이 얼마나 취했는지도 모른 채 심야마차에 실려 조용히 사라졌다.
그 소란이 가라앉기도 전에, 낯익은 얼굴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섰다. 시스터.S, 에스였다. 이렇게 호화로운 모자가게에서 자신을 못 알아볼 리 없다는 투로 직원들에게 대뜸 자신을 아느냐 묻는 그 태도부터가 영락없는 에스였다. 반가움을 나눌 틈도 없이 복면을 쓴 강도들이 가게를 덮쳤고, 그 혼란의 한복판에서 다정하게 손님을 맞아오던 수잔이 프론트에게 총구를 겨눈 채 정체를 드러냈다. 사과의 말을 건네면서도 방아쇠에서 손가락을 떼지 않는 얼굴이었다. 에스는 망설임 없이 폭풍을 일으키고 앞일을 내다보는 힘을 빌려주며 크루 곁에서 함께 싸웠다.
강도들을 제압하고 복면을 벗기자 드러난 것은 다름 아닌 가게 카운터 직원 케이나였다. 등잔 밑이 어두웠던 셈이다. 케이나는 순순히 실토했다. 상처난 별 표식을 쓰는 조직, ‘아스테로이드’가 우편으로 범행 매뉴얼을 팔고 있으며, 그 편지 한 장이면 초행자도 완벽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셰프가 그 편지를 누구에게서 받았느냐 캐묻는 순간, 케이나는 시치미 떼지 말라며 되레 셰프를 지목했다. 당신에게 샀다고.
셰프는 펄쩍 뛰며 부인했다. 그런 사람은 없다고, 그런 일은 자신이 한 적 없다고 잘라 말하다가, 급기야 스스로 죄를 뒤집어쓰겠다고 나섰다. “그래 차라리 나를 체포해, 나는 그 사람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어.” 그 한마디가 오히려 셰프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동료들의 의심 어린 시선이 쏟아지는 가운데, 결국 프론트가 총을 들어 셰프를 겨눴다. 정말로 아스테로이드냐고 묻는 그 물음 앞에서, 셰프는 이가 부서지도록 물며 숨을 참았다. 그리고 프론트의 눈을 마주 본 채, 겨우 한 글자씩 뱉어냈다. “내가 아냐. 이건… 내가 할 수 없는…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할 수 있는…” 평생 인정하기 싫어했던 쌍둥이의 존재를, 셰프는 그 자리에서 처음으로 시인했다.
소란이 가라앉은 뒤, 에스는 프론트가 잘못 알고 있던 세레시의 사정을 바로잡아 주었다. 그리고 시 의회 깊숙한 곳까지 손을 뻗은 칼리 마하의 근황도 함께 전했다. 비슷한 시각, 크루의 곁에는 또 다른 이야기 하나가 조용히 얹혔다. 스트랭포드의 딸 에스터가 경계참사 이후 십 년 넘게 병원 침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의 몸에서 벌어지는 일은 치료라기보다 전투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프론트는 품에서 푸른코트의 뱃지를 꺼내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이 수사가 결국 자신에게서 그 뱃지를 빼앗아 가더라도,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로스트 앤 파운드는 그렇게, 상처난 별 표식을 단 조직의 그림자를 향해 한 걸음 더 다가섰다.
5화 “당신의 이야기로 무고한 사람들이 다쳤어요.”

로스트 앤 파운드는 아스테로이드라는 이름을 쫓고 있었다. 조직인지 개인인지조차 분명치 않은 채로, 그 이름은 벌써 몇 갈래의 사건 뒤편에서 스쳐 지나간 뒤였다. 셰프는 쌍둥이 마누엘의 자취를 찾아 브라이트스톤의 옛집으로 향했다. 부모는 문턱에서 그녀를 돌려세웠지만, 사용인 조지프는 옛 아가씨를 매정하게 대하지 않았다. 그를 통해 들은 소식은 짧았다. 마누엘은 유령을 사들여 의술에 쓰는 연구를 하다 학장 자리에서 쫓겨났고, 지금은 제국군의 군의관이 되어 있었다. 오프너는 벨드렌의 자취를 하루 종일 뒤졌지만 손에 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사이렌은 베텔이 넣은 신고 한 장으로 그라인더파를 캐물을 명분을 얻었지만, 정작 그 문턱을 넘기 전에 셋은 먼저 타워즈 병원으로 방향을 틀었다. 아스테로이드를 캐는 길목마다 그 이름이 걸려 나오는 곳, 그리고 아직 완전히 지우지 못한 의심 하나가 여전히 남아 있는 곳이었다.
에스터는 십 년 넘게 그 병실에 있었다. 경계 참사에서 홀로 살아남은 이래로, 매일 늘어만 가는 치료 시간이 삶의 의지를 조금씩 갉아먹는 듯한 낯빛이었다. 아스테로이드를 아느냐는 물음에 에스터는 해맑게 웃으며 답했다. “네! 제가 아스테로이드예요.” 순간 병실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프론트는 그 웃음 너머로, 언젠가 처음 만났을 때 에스터가 유독 셰프를 보고 흠칫 놀랐던 반응을 다시 떠올렸다. 낯선 이들 전체에 대한 경계가 아니라, 셰프 한 사람을 특정해서 보인 반응이었다. 캐물을수록 실이 풀렸다. 에스터는 아스테로이드라는 필명으로 추리소설을 써 온 작가였고, 그 글에 먼저 손을 내민 사람이 마누엘이었다. 아버지 스트랭포드는 단 한 번도 병실을 찾은 적이 없었다. 그 자리를 대신 채운 것이 마누엘의 제안과, 자신의 글을 읽어줄 첫 독자를 만났다는 기쁨이었다.
에스터의 사연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프론트가 입을 열었다. 체포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이었다. 사이렌이 먼저 들고 일어났다. 저런 위선자들을 보면 화가 난다며 프론트에게 거친 말까지 쏟아냈다. 에스터는 이용당했을 뿐이고, 이 병실을 나서는 순간 안 그래도 위태로운 몸이 더 무너질 거라는 게 사이렌의 논리였다. 반대편에는 셰프가 있었다. 이걸로 마누엘보다 한 발짝 앞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직한 웃음 밑에 깔려 있었다. 양쪽 다 물러서지 않는 대치가 길게 이어졌고, 결국 사이렌이 셰프의 뺨을 한 대 올려붙이는 것으로 말싸움은 끝을 보았다. 소란을 들은 병원 직원들이 들이닥쳤고, 넷은 실랑이 끝에 병원 밖 길바닥으로 쫓겨났다. 오프너는 지친 얼굴로 중얼거렸다. “일단… 우린 쫓겨났어요 길바닥에.” 그리고 덧붙였다. “원래도 안 맞았어.” 결론만은 남았다. 에스터는 체포되지 않았다.
쫓겨난 몸으로 원래 목적지였던 그라인더파의 거점으로 향했을 때, 그곳엔 이미 아무도 지키는 자가 없었다. 시체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이 도시에서는 슬럼까지 죽음감시까마귀가 찾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았다. 시야 사이로 어른거리는 장면 하나가 스쳤다. 그라인더파의 부두목 세인이 총을 든 낯선 자와 마주 서 있었다. 커버넌트 소속으로 보이는 자였다. 대화가 오간 것도 잠시, 그 총구가 세인의 머리를 겨눴다. 방아쇠가 당겨지는 것을 끝으로, 그날의 시야는 거기서 끊겼다.
6화 “자네들은 원한다면 정식으로 푸른코트로 채용될걸세”

그라인더파의 소굴은 이미 절반쯤 무너져 있었다. 커버넌트에게 짓밟힌 자리마다 시체와 부서진 집기가 뒹굴었고, 그 폐허 속으로 걸어 들어간 오프너와 사이렌, 셰프를 맞이한 것은 낯선 여자의 칼끝이었다. 안경을 쓴 그 여자는 셰프의 목에 칼을 겨눈 채 적인지 아군인지를 가늠하려 했다. 소속을 밝혀도 좀처럼 거두어지지 않는 경계 앞에서, 오프너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저희 임시 동맹을 맺죠.” 칼이 거두어지고 나서야 오프너는 피가 배어난 셰프의 목에 손수건을 감아주었다. 여자의 이름은 더블 트러블, 한때 그라인더파에서 사서라 불리던 이였다.
더블 트러블은 알고 있는 것을 아끼지 않았다. 쌍둥이 신을 섬긴다는 쌍신교라는 집단, 그리고 마누엘이라는 자가 쓰는 활동명 ‘리마인더’. 나아가 ‘스파크’라는 이름의 유물 하나가 이 모든 일의 중심에 있다는 것도 흘러나왔다. 그사이 북쪽의 비밀 문 너머에서는 커버넌트의 요원들과, 살아남은 몇 안 되는 그라인더파 조직원, 그리고 그들의 두목 허튼이 맞서고 있었다. 사이렌은 허튼의 상처를 붙들고 지혈에 매달렸지만 손끝은 자꾸 미끄러졌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느냐는 허튼의 물음에 요원 하나가 무심코 흘린 이름이 ‘스파크’였다. 숨이 넘어가기 직전, 허튼은 더블 트러블의 본명을 부르며 그라인더파를 부탁했다. 여자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그라인더파를 잇지 않을 거예요.” 허튼은 그 대답을 들은 채로 눈을 감았다.
스파크는 일렉트로플라즘을 다스릴 수 있는 유물이라 했다. 더블 트러블이 들은 소문으로는, 4년 전 흡령석 사건 때 이 유물이 스스로 도망쳤고, 어쩌면 의지라는 것을 지녔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커버넌트가 그라인더파를 이렇게까지 짓뭉갠 것도 자신들의 것을 훔쳐 간 대가를 치르게 하려는 보복이었다. 사이렌이 이미 숨이 끊어진 허튼 앞에서 허망하게 하늘을 올려다보았을 때, 도스크볼의 밤하늘 위로 서치라이트를 흩뿌리며 비행선 하나가 나타났다. 갑판 위에는 낯익은 목소리가 있었다. 에스터, 이제는 스스로 아스테로이드라 부르는 여자였다. 그는 이 도시를 사랑했었다고, 그래서 이 도시에 자신이라는 이름의 흉터를 남기겠다고 말했다. 붙잡을 틈도 없이 비행선은 밤 속으로 사라졌다.
폐허를 뒤로하고 떠나기 전, 오프너는 더블 트러블과 마주 섰다. 둘 중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같은 말이 오갔다. “임시동맹.” 하루 종일 무표정했던 더블 트러블이 그제야 처음으로 옅게 웃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신원 미상의 시신 하나가 훼손된 채 발견되었다. 목 뒤에 남은 주사 자국은 누군가에게 붙잡혀 고문당한 흔적이었다. 신분증이 가리킨 곳은 실크쇼어였다. 셰프가 사인을 확정하는 사이 나머지는 단서를 좇아 그 화사한 거리로 향했고, 그곳에서 뜻밖에도 낯익은 얼굴들을 만났다. 실크쇼어 푸른코트로 일하는 케이트와, 할머니가 사준 코트를 입고 놀림받던 신참 윈체스터였다. 죽은 이의 이름은 스키피, 밀린 월세로 쫓겨날 처지였던 목수였다. 그의 방에서는 ‘리마인더’라 적힌 종이 한 장과 범행 현장마다 남아 있던 것과 같은 별 모양 상처 자국, 그리고 미스트쇼어 공원에서 만나자는 메모가 나왔다.
공원에서 탐문하던 중 식당 주인 벤이 결정적인 증언을 내놓았다. 단골손님 하나가 누군가와 크게 다투다 큰 마차에 실려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그 단골의 인상착의는 페이지, 로스트 앤 파운드와 오래 손발을 맞춰온 형사였다. 근처에서 슬금슬금 자리를 뜨려던 사내를 붙잡아 추궁하자 슬럼가 하수구 어딘가에 리마인더가 사람을 가두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열 걸음 만에 닿은 하수구 안쪽, 일부러 괴어놓은 돌 틈으로 열린 비밀 문 너머에는 고기 덩어리와 의문의 재료가 어지럽게 널린 실험실이 있었고, 창살 안에는 페이지가 갇혀 있었다. 눈을 뜨자마자 그가 찾은 이름은 스키피, 다름 아닌 그의 동생이었다. 스키피는 누나를 걱정해 리마인더를 뒤쫓다 함께 붙잡혔고, 마지막 순간 온몸으로 철창을 부수고 나가 누나가 여기 있다는 사실만을 세상에 알린 채 숨을 거두었다. 남아 있던 메아리 속에서 남매가 나눈 마지막 대화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더 조사할 틈도 없이 가스가 새어 들기 시작했다. 창살 저편에서 방독면을 쓴 여자가 나타나 웃으며 말했다. “또 보네? 오프너.” 벨드렌이었다. 그는 셰프의 얼굴을 보며 일란성 쌍둥이의 닮음을 감탄하듯 짚고는, 웃음을 흘리며 유유히 사라졌다. 독가스가 차오르는 실험실에서 살길을 찾던 끝에 환기 시설이 움직였고, 무너지는 통로를 헤치며 일행은 간신히 지상으로 빠져나왔다.
일주일 후, 차홀로우 7서에 다시 모인 이들 앞에 검은 옷을 입은 페이지가 나타나 작별을 고했다. 그는 리마인더가 대학 시절부터 지하에서 활동해왔으며, 연구 윤리를 어겨 학장 자리를 빼앗긴 뒤 반발심에 제국군 군의관이 되었다는 것, 그리고 ‘리마인더’라는 이름에는 타인의 영혼과 마음을 고치고 재배열하고 바꾼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을 전하고 떠났다. 뒤이어 서장실에 불려간 이들에게 에드윈 경감은 커버넌트의 내력을 들려주었다. 경계참사 이후 치안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벌집이 의회에 로비해 통과시킨 법안이, 지금은 누구도 손댈 수 없는 하늘 위의 세력을 만들어냈다고 했다. “결국 총독과 의회의 욕심이, 법이 닿지 않는 세력을 하늘 위에 만들어버리고 만 것일세.” 경감은 그렇게 말한 뒤, 이들을 정식 푸른코트로 채용하겠다는 말과 함께 모든 책임을 지고 사직했다. 책상 위에는 그가 오랫동안 지녀온 총과 수첩, 배지가 남겨졌다. 그날 로스트 앤 파운드는 새로운 이름을 얻은 동시에 새 동료를 맞았다. 더블 트러블이었다.
7화 “역시 단순한 비행클럽은 아니었군요?”

차홀로우 7서의 서장실은 프론트에게 여전히 낯설었다. 슬럼 출신의 형사 프레데릭 ‘프론트’ 휘틀러가 에드윈의 뒤를 이어 서장 대리 자리에 앉은 지 한 달, 책상 위에는 도시 곳곳에서 올라온 보고서가 쌓여 있었다. 그 한 달간 커버넌트는 이름 있는 조직이든 없는 조직이든 가리지 않고 도스크볼의 범죄 조직들을 차례로 짓밟았다. 프론트는 그것을 대량 살인이라 불렀다. 그리고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중얼거렸다. 에스터가 원한 게, 정말 이런 것이었을까.
여론은 오히려 커버넌트에 우호적이었다. 아스테로이드가 뿌리는 매뉴얼을 따르면 돈이 들어온다는 소문이 퍼지자, 사람들은 스스로 생각하기를 그만두고 지시만을 따르기 시작했다. 더블 트러블이 그것을 두고 짧게 말했다. “사람들은 항상.. 생각을 안 할 수 있다면 안 하고 싶어하죠.” 영혼이 빠져나간 자리에 지시만 남은 사람들, 프론트가 보기에 그것은 껍데기와 다를 것이 없었다.
실마리는 다른 곳에서 왔다. 하늘을 나는 커버넌트의 함선은 정박하지 않았고, 보급조차 무인함으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스파크러너라는 집단이 하늘을 달리는 원리가 커버넌트 함선의 비행 원리와 같다는 말이 있었고, 그 리더 앤슨은 마누엘과 척을 진 데다 이미 커버넌트의 표적이 되어 있었다. 적의 적은 친구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 셰프와 오프너, 사이렌, 더블 트러블은 스파크러너의 본거지 러너즈 랩으로 향했다. 리더 앤슨은 경계심 없이 그들을 맞았고, 연구원 바닐라와 변호사 휘태커가 곁을 지켰다. 도스크볼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온기였다. 앤슨은 숨기지 않고 말했다. 마누엘이 에스터를 커버넌트에 끌어들이는 걸 알면서도 막지 않았다고, 마누엘의 혐의를 굳히기 위해 자신도 에스터를, 그 아이를 이용한 것이라고. 셰프는 말없이 그 말을 들었다.
이어진 것은 앤슨이 직접 스파크러너 장비를 착용하고 보인 시연이었다. 유령장 속 일렉트로플라즘의 흐름을 밟고 뛰어오르는 곡예 같은 움직임, 지나간 자리마다 남는 푸른 스파크. 그러나 시연이 무르익을 무렵 장비가 초록빛 스파크를 튀기며 폭발했고, 앤슨은 그대로 추락했다. 그 순간 바닐라가 나직이 “초록색”이라 중얼거리더니 현장에서 달아나려 했다. 붙잡힌 바닐라는 입을 열지 않았고, 러너즈 랩에는 앤슨의 연구 기록과 정체 모를 단서들이 남았다. 조사는 두 갈래로 갈렸다. 초록 용액에 매달린 이들이 있었고, 휘태커의 책상을 살피는 이들이 있었다. 가장 강력한 단서는 결국 장비 자체였고, 그것을 봐줄 전문가로 스파크러너와 친분이 있는 알드리히 교수를 찾아갔다.
알드리히는 인사보다 먼저 바닐라 때문에 왔느냐고 물었고, 앤슨이 다쳤다는 말에는 필요 이상으로 떨었다. 그는 휘태커를 몰아가며 특허 작업까지 하면서 기술을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의심을 부추겼다. 그렇게 시선이 휘태커에게 쏠리는 사이, 셰프와 더블 트러블은 알드리히의 말 속에서 어긋난 조각을 찾아냈다. 그는 초록색 용액을 봤다고 말했지만, 장비가 초록색으로 바뀐 것은 바로 그날 아침이었고 알드리히는 몇 달째 러너즈 랩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고 스스로 밝힌 터였다. 그 순간 알드리히의 얼굴이 굳었다. 그는 곧바로 정교한 기계 장치를 꺼내 책상을 부수며 덤벼들었다. 싸움 끝에 쓰러진 그는 죽음으로 도망치려 했으나 저지당했고, 결국 사정을 털어놓았다. 데이터 조작으로 쌓은 명성이 제자 바닐라에게 발각될까 두려워 서약서까지 받아냈던 그는, 바닐라가 대학을 나가 스파크러너에 몸담자 가장 불안정한 실패작 12번 장비를 그녀의 것과 바꿔치기했다. 정작 사고를 당한 것은 그 장비를 대신 시연한 앤슨이었다. 휘태커의 책상에 원래 장비 번호를 몰래 심어 누명까지 씌우려 했다는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바닐라는 쓰러진 알드리히 옆에 한참 서서 그 얼굴을 내려다보다, 끝내 아무 말 없이 돌아섰다.
일이 정리된 뒤 일행은 타워즈 병원 208호로 앤슨을 찾아갔다. 최소 1년은 누워 있어야 하고 다시는 스파크러닝을 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진단 앞에서도 앤슨은 담담했다. 그는 커버넌트를 부숴버리겠다는 로스트 앤 파운드의 대답을 듣고 스파크러너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약속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커버넌트 이전에 그 유물, 스파크를 가졌던 이들이 있다고. 은못용병단을 찾아가면 실마리가 있을 거라는 말이었다. 병실을 나서는 길, 낯선 노인이 일행의 이름을 정확히 불렀다. 노인을 따라 들어선 곳은 한때 에스터가 입원했던 207호였다. 그 방의 새 환자 아이라가, 에스터가 남겼다는 상자를 건넸다. 상자 안에는 에스터가 좋아하던 동화책 한 권과, 북북동을 가리키는 나침반이 들어 있었다.
그 나침반을 들고 브라이트스톤의 은못용병단을 찾아간 자리에서, 일행은 스파크의 정체를 마침내 들었다. 그것은 처음 그들이 맡았던 사건, 도스크볼 어딘가의 쌍둥이 고양이를 만들어냈다는 쌍신교의 유물이었다. 처음 사건이 곧 마지막 실마리였던 셈이다. 그리고 그 순간, 손에 쥔 나침반의 바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커버넌트의 함선이 다가오고 있었다. 처음엔 은못용병단을 노리는 것인 줄 알았던 바늘은, 이내 다른 방향, 남쪽을 가리켰다. 자신들이 커버넌트를 스파크가 있는 곳으로 이끈 것은 아닌지, 확신할 수 없는 불안만이 남았다.
최종화 “저를, 체포하실건가요.”

베텔이 차홀로우 7서로 뛰어든 것은 이른 아침이었다. 고양이가 사라졌다고, 머시룸이 없어졌다고 그녀는 숨을 몰아쉬며 외쳤다. 로스트 앤 파운드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 고양이가 그저 길에서 주운 짐승이 아니라는 것을. 커버넌트가 오래전부터 찾아 헤매던 유물의 절반이라는 것을. 베텔은 자신이 기르던 것이 유물이었다는 말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곧이어 키키의 고양이 테오도르 역시 나머지 절반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낯빛이 하얗게 질렸다.
폐창고에는 알트하임이 쓰러져 있었다. 하루가 지나도록 방치된 몸이었다. 키키를 지키려 온몸을 던진 흔적이었다. 셰프가 서둘러 지혈하고 처치하는 사이, 키키는 커버넌트가 남기고 간 작은 장치와, 그것에 딸려 사라진 테오도르에 대해 겨우 몇 마디를 흘렸다. 커버넌트의 함선은 오늘, 상토리움 대성당 앞에서 열리는 특별미사에 맞춰 정박한다고 했다. 베텔은 성당 지하로 이어지는 수로의 위치를 알려주며 자신이 만든 보트를 내주었다. 그리고 부탁 하나를 남겼다. 머시룸을 찾아달라고, 그것 하나면 된다고.
지하수로에는 오래전에 가라앉은 나무 보트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몇 해 전의 무뢰한들이 같은 어둠 속으로 배를 몰았던 자리였고, 세월을 건너 같은 자리에서 같은 배를 다시 마주하는 일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무게를 지녔다. 오프너가 조종간을 잡은 배는 어둠 속을 미끄러져 나아갔고, 그 끝에는 오래전 이곳에서 벌어졌던 소동의 흔적이 고스란히 부패한 채로 쌓여 있었다. 육신의 희열 교회가 남기고 간 껍데기들의 잔해였다. 아무도 치우지 않은 그 잔해 앞에서, 도스크볼이 이 도시 밑바닥에 얼마나 오랫동안 무엇을 눌러 담아왔는지가 새삼 드러났다.
성당 내부는 옥상의 특별미사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로스트 앤 파운드는 그 틈을 타 계단으로 향했지만 잠행에는 하나같이 서툴렀다. 리더가 바뀔 때마다 발이 엇갈렸고, 그때마다 서로에게 눈을 흘기며 나아가는 우스꽝스러운 행렬이 이어졌다. 매복해 있던 인원들과 부딪힌 것은 그 끝에서였다. 위기의 한복판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시스터.S의 본명을 불렀다. 기둥에서 뛰어내린 것은 클루였다. 곁에는 다시 몸을 되찾은 프리야가 있었고, 뒤이어 종알이와 페스타가 뻔뻔하게 친구를 자처하며 나타났다. 몇 해를 건너온 인연들 덕분에 성당 내부의 위험은 빠르게 정리되었고, 로스트 앤 파운드는 마침내 옥상으로 오르는 계단에 다다랐다.
옥상에서 마주한 것은 예상보다 훨씬 먼 거리였다. 커버넌트의 함선은 오십 미터 밖, 십 미터 위에 떠 있었고, 몇 걸음 남짓 뛸 수 있는 실력으로 건너기엔 아득한 간격이었다. 매뉴얼만을 맹신하는 경비병들이 길목을 지키고 있었고, 그 혼란을 틈타 언젠가 그 지하에서 사라졌던 윌리엄이 변형된 껍데기들을 이끌고 다시 나타났다. 베텔과 빠른손, 브론이 전기총을 앞세워 뛰어들었고, 시스터.S와 플라이가 뒤를 받쳤다. 계단을 다 오른 플라이가 계단은 질색이라 외치며 마지막 힘을 짜내자, 시스터.S가 발밑에 폭풍을 일으켰다. 중력이 뒤집히는 감각과 함께, 로스트 앤 파운드는 그대로 커버넌트의 함선을 향해 내던져졌다.
함선의 엔진룸에서 숨을 돌릴 틈도 없이, 벨드렌이 독가스와 함께 걸어 나왔다. 오프너를 향해 쏟아낸 것은 원한이 아니라 뒤틀린 구애였다. 자신과 함께 살자는 말, 잘해줄 수 있다는 말을 뱉으며 총구를 겨눈 벨드렌과의 싸움은 길고 지독했지만, 끝내 무너진 것은 벨드렌 쪽이었다. 기절이라면 자신 있다는 얼굴로, 오프너는 자신이 받았던 독을 그대로 돌려주며 작별을 고했다.
2층에서는 리마인더가 마치 오랜 친구를 기다렸다는 듯 여유롭게 서 있었다. 사무실로 일행을 끌어들인 그녀는 각자의 본명을 부르며 말을 걸었고, 음악으로 분위기를 흔들며 대화의 주도권을 놓지 않았다. 독이 있는 줄 알면서도 먹여온 자신의 실험을, 그녀는 인류의 경계를 넓히는 숭고한 대가라 불렀다. 오랜 세월 열등감의 근원이었던 그 이름 앞에서 셰프는 흔들렸지만, 오프너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서야 정신을 붙들었다. 리마인더는 유령장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몇 번이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섰다. 그 끝에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인류와 과학을 되뇌던 리마인더가 완전히 무너졌을 때, 셰프는 그 옆에 무릎을 꿇고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잡아 주었을 뿐, 후련하다는 말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에스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모어와 나누는 대화 속에서, 커버넌트를 막기 위해 스스로 함선에 갇힌 것이 처음부터 에스터의 선택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빠져나갈 생각은 없다고, 에스터는 담담히 말했다. 보모어는 그런 그녀에게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을 쏟아냈다. 문이 열리기도 전에 케인이 상자를 꺼내 들었다. 그 안에는 테오도르와 머시룸이 나란히 갇혀 있었고, 상자에 손을 대는 순간 에스터의 몸에서 검게 빛나는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오프너가 상자를 정확히 쏘아 떨어뜨렸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에스터는 비명과 함께 천장을 뚫고 날아갔고, 함선은 균형을 잃은 채 도스크볼을 향해 기울기 시작했다.
셰프는 보모어와 맨몸으로 부딪혀 끝내 그를 무릎 꿇렸다. 오프너는 조종간을 붙든 채, 몸이 상해가면서까지 함선을 다잡아 추락을 막아냈다. 사이렌은 비명을 쫓아 위로 달렸다. 난간 끝에 위태롭게 서 있던 에스터는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커버넌트를 막을 방법은 이것뿐이었다는 말을 남기고 아래로 떨어졌다. 사이렌은 망설임 없이 뒤따라 뛰어내렸다. 지상에서 구백 미터, 칠백 미터, 육백 미터. 검은 피를 흩뿌리며 떨어지는 에스터의 모습은 이름 그대로 소행성이 도시의 불빛을 향해 추락하는 형상이었다. 사이렌의 손이 마침내 그 몸에 닿았고, 둘은 서로를 끌어안은 채 차홀로우의 거리 위로 함께 떨어졌다.
두 시간 뒤, 셰프와 오프너, 더블 트러블이 도착한 자리에는 커다란 구덩이가 파여 있었다. 도로는 별에 새겨진 흉터처럼 갈라져 있었다. 그 한가운데, 검게 빛나는 알처럼 생긴 덩어리가 반으로 갈라지며 열렸다. 그 안에서 에스터와 사이렌이 무사히 걸어 나왔다. 정신을 잃기 직전, 에스터가 마지막 힘으로 둘 모두를 감싸 지켜낸 것이었다. 병원을 나오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고, 에스터는 말했다. 그동안의 치료란 사실 자신의 몸 안에 있는 것이 폭주해 괴물이 되지 않도록 막는 싸움이었다고. 그러니 결국 자신은 괴물이 된 것이라며 씁쓸하게 웃는 그녀에게, 오프너는 괴물이 아니라고 답했고 셰프는 괴물이면 또 어떠냐고 답했다.
체포할 것인가를 두고는 다시 답이 갈렸다. 사이렌은 망설임 없이 안 된다고 소리쳤다. 오프너는 그래도 체포는 해야 한다며 버텼지만 셰프마저 고개를 젓자 결국 물러섰다. 셰프는 에스터에게 스트랭포드 공을 먼저 만나고 오라 일렀다. 다시 한번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뜻이었다. 그 자리에서 에스터는 전해 들었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유령면역자인 아버지를 만났다면, 결핍을 채우려는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그를 해쳤을지 모른다는 것. 십 년 넘게 병문안 한 번 오지 않았던 이유가, 무심함이 아니라 그 자체로 딸을 지키려는 선택이었다는 사실이었다.
며칠 뒤, 차홀로우 7서는 오랜만에 사람들로 북적였다. 커버넌트를 막는 데 손을 보탰던 얼굴들이 서장실과 열람실을 가득 채웠다. 종알이와 페스타는 여전한 뻔뻔함으로 술렁였고, 클루의 손끝에서는 반지가 빛났다. 프리야는 시스터.S를 새언니라 불렀고, 클루는 그때마다 귀까지 붉어진 채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유치장 한켠에는 다 늙어버린 에드윈이 술기운에 잠들어 있었고, 더블 트러블은 복수 대신 다른 무언가로 마음을 정리한 얼굴이었다. 도스크볼의 하늘 위로 오랜만에 볕이 들었다. 세상은 여전히 권선징악이 통하는 곳이 아니었으나, 로스트 앤 파운드는 그날 그 자리에서 적어도 하나의 이야기를 끝맺었다.
에필로그

커버넌트는 해체되어 제국군 산하로 거두어졌고, 사람들의 손에서 매뉴얼이 사라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커버넌트를 제 손아귀에 넣으려던 벌집의 칼리 마하는 그 사실이 드러나며 처음으로 눈에 보이는 타격을 입었다. 로스트 앤 파운드에 걸려 있던 수배는 행정 착오라는 이름으로 조용히 지워졌다.
에스터는 스트랭포드 공을 만나러 갔다. 십 년 동안 한 번도 병실을 찾지 않았던 아버지가 실은 그 방식으로 딸을 지키고 있었다는 것을, 딸은 병원을 나와서야 알았다. 저를, 체포하실건가요 — 그 물음에 도스크볼의 법은 끝내 답하지 않았다. 대신 답한 것은 사람들이었다. 괴물이 아니라고 말한 사람과, 괴물이면 또 어떠냐고 말한 사람이 곁에 있었다.
그리고 도스크볼의 이야기는 여기서 닫힌다. 크로우스풋의 장례식 밤에서 시작된 이야기였다. 망나니즈가 이름을 얻었고, 세이렌 상사가 아이의 손을 붙들었고, 황혼의 전달자가 사랑의 뒤치다꺼리를 했고, 언체인드가 두 걸음을 걸었고, 로스트 앤 파운드가 잃어버린 것들을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다섯 무리의 무뢰한들이 5년에 걸쳐 도스크볼의 밤을 지나갔다. 세상은 끝내 권선징악이 통하는 곳이 되지 못했지만, 그 밤들을 지나온 사람들은 저마다 무언가를 되찾았다. 도스크볼에 다시 무뢰한들이 필요해질 때까지, 이야기는 여기서 잠시 쉰다.